이슈를 '하이재킹' 하는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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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하이재킹' 하는 마케팅

'미켈롭 울트라' 맥주를 들고 타이거 우즈를 지켜보던 마크 라데틱

5월 20일, 미국골프챔피언십(PGA)은 타이거 우즈의 참가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타이거 우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두 손에 카메라 대신 맥주 캔을 들고 타이거 우즈의 샷을 지켜보던 마크 라데틱(Mark Radetic)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그가 들고 있던 맥주는 '미켈롭 울트라'라는 브랜드의 맥주였는데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맥주 캔을 손에 들고, 두 눈으로 타이거 우즈의 샷을 감상하던 그의 모습은 하나의 인터넷 밈(meme)이 되어 SNS를 도배했습니다. 이후 그는 맥주 브랜드 이름을 따 '미켈롭 가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죠.

덕분에 맥주 브랜드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는 예상치도 못하게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뒀습니다. 사실 미켈롭 울트라는 PGA 투어용 프로모션 맥주를 너무 비싸게 판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요. 높은 가격으로 인기가 반감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미켈롭 가이의 등장으로 미켈롭 울트라는 그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된 것이죠.

미켈롭 울트라 브랜드를 소유한 맥주 회사 AB인베브(ABInBev)는 수소문 끝에 미켈롭 가이를 찾아냈고, 그와 광고 계약을 체결15초짜리 광고를 제작합니다. 그리고 맥주캔을 들고 있던 그의 모습을 활용해 티셔츠와 모자 등 굿즈를 제작하고 심지어는 해당 디자인으로 맥주캔을 제작하기도 했죠.

이처럼 화제의 사건을 빠르게 마케팅에 접목시킨 미켈롭사는 해당 사건을 통해 홍보 효과를 배가할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 및 브랜딩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큰 화제를 일으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이처럼 큰 인기를 끈 사건이나 이슈를 신속하게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늘 <브랜드 한 입>에서는 이슈를 마케팅에 발 빠르게 접목한 사례들과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젓기

우선은, 미켈롭 가이처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밈(meme)이나 장면 속에서 노출된 브랜드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셈인데요. 이 경우, 브랜드들은 인기를 끌었던 밈이나 장면의 분위기가 최대한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톤앤매너를 맞춰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이를 통해 바이럴 콘텐츠에서 느꼈던 재미 등의 감정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죠.

에버랜드 소울리스좌
[브랜드 한 입] 5월에는 어떤 광고들이 인기 있었을까?
#광고 #에버랜드 #소울리스좌 #포카리스웨트 #박카스 #한국관광공사 #숏박스 #CGV #유튜브

지난 5월 광고 결산 콘텐츠에서도 소개 드린 바와 같이 에버랜드는 자사의 캐스트*가 일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자, 그녀를 모델로 삼고 에버랜드 장미축제를 홍보하는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 캐스트란 에버랜드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근무자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소울리스좌’로도 웹상에서 잘 알려진 김한나 씨는 에버랜드에서 고객의 놀이기구 승하차를 도와주며 탑승 대기 시간의 지루함을 풀어주는 캐스트였는데요. 그녀가 에버랜드 내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은 1,800만회(6월 9일 기준)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해당 영상이 업로드된 시점은 2022년 4월 4일이었는데요. 이후 계약이 만료된 김한나 씨는 퇴사를 목전에 두고 있던 상황에서 에버랜드 홍보팀으로부터 받은 고용 제안을 수락했으며, 현재는 홍보팀 소속으로 재직 중입니다.

그리고 위 인기 영상 업로드 날짜로부터 약 한 달 정도 된 5월 13일, 에버랜드 측은 김한나 씨의 ‘소울리스좌’ 캐릭터를 활용해 에버랜드 장미축제 광고를 런칭합니다. 장미축제 광고는 836만 회(6월 9일 기준)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앞서 에버랜드의 광고 모델이었던 싸이, 화사 등도 세우지 못한 대기록을 달성했죠.

'소울리스좌'의 사례 또한 미켈롭 가이와 마찬가지로 에버랜드 홍보팀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사를 약간 개사한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사용되던 배경음악이나 노래의 플로우 등을 그대로 적용했으며, 심지어는 원본 영상에서처럼 약간 쉰 듯한 목소리도 그대로 광고에 옮겼는데요. 바이럴 콘텐츠최대한 비슷하게끔 광고를 구현해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이전 영상에서 느꼈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셈입니다.

1일 1깡 신드롬, 비와 새우깡

미켈롭 가이나 소울리스좌 처럼 자사 브랜드가 직접 화제가되지 않았음에도, 트렌드를 영리하게 활용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새우깡 광고에 ‘’를 활용한 농심입니다.

가수 비는 지난 2017년에 ‘’이라는 곡을 발매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20년 초 깡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이 업로드되고, 깡 공식 뮤직비디오 댓글 창에서 네티즌들이 일종의 놀이 문화를 형성하며 깡은 하나의 밈으로써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습니다. 당시 깡의 인기에 힘입어 '하루에 '깡'을 최소 한 번씩은 들어야 한다'라는 의미의 ‘1일1깡’ 등의 유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이런 가운데 누리꾼들은 ‘비를 농심 모델로 발탁해야 한다’, ‘새우깡 광고 찍어야 한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새우깡’, ‘고구마깡’, ‘감자깡’ 등의 인기 '깡' 과자 라인업을 보유한 농심 측은 비를 모델로 활용해 새우깡 광고를 런칭합니다. 해당 광고에서는 깡 노래가 그대로 사용됐고, 뮤직비디오에서 화제가 됐던 요소들 및 춤이 그대로 연출됐습니다. 현재 이 광고는 300만회(6월 9일 기준)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죠.

비록 새우깡이라는 제품이 ‘깡’ 뮤직비디오에서 직접 노출된 적은 없음에도, 같은 글자가 활용돼 쉽게 연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광고를 제작한 것인데요. 새우깡 광고 역시 에버랜드 광고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존 바이럴 콘텐츠의 을 그대로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일례로, 광고 제작진은 ‘재간둥이(꾸러기) 표정’ ‘입술 깨물기’ 등 기존 영상에서 화제가 됐던 B급 모먼트를 살리는 것에 방점을 뒀다고 하죠.


물길을 우리 쪽으로 끌어오기

그런데 화제가 되는 큰 이슈가 자사의 브랜드와 직결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은데요. 그렇다고 이슈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이재킹 마케팅'이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하이재킹(hijacking; 납치) 마케팅'이란 지금 인기 있는 사건 및 현상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본인의 브랜드로 유도하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인기 있는 광고나 영화 등을 패러디하는 방식의 마케팅도 하이재킹에 해당하는데요. 일례로, 지난 2016년 좀비 영화 부산행 포스터가 공개된 이후 배달업체들은 이를 패러디해 ‘행복행(배달의민족)’, ‘배달행(배달통)’ 등의 슬로건을 내건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하이재킹 마케팅의 핵심은 신속함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슈의 화제성이 떨어지기에 그 전에 빠르게 효과를 누리는 것이 중요한 셈이죠. 지금부터는 큰 인기를 끌었던 외국의 하이재킹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벽에 붙은 바나나는 1억 4천만원, 감자튀김은 10원
버거킹 프랑스가 게재한 광고 마케팅, (좌) 코미디언 작품의 모습 (우) 버거킹 감자튀김의 모습 [출처: 버거킹 프랑스 트위터]

지난 2019년, 이탈리아 화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이 국제 아트페어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내놓은 ‘코미디언(comedian)’이라는 작품이 12만달러(한화 약 1억 4천만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코미디언이라는 작품은 벽에 덕트 테이프(duct tape)로 바나나를 붙여 놓은 작품인데요. 그런데 한 행위예술가가 벽에 붙어있던 바나나를 먹어 치우며 이 작품은 다시 한번 큰 화제를 모으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당일인 12월 8일로부터 불과 이틀 지난 12월 10일, 버거킹은 흰 벽에 덕트 테이프로 감자튀김을 고정하고 그 아래 ‘0.01유로’라는 글씨를 표기했습니다. 이 광고 포스터의 타이틀은 '당신이 삼키는 것을 조심하시오(N'avalez pas n'importe quoi)'였습니다. 이 마케팅 캠페인은 ‘벽에 부착된 바나나가 1억 4천만원에 거래되는 것에 반해, 버거킹 감자튀김은 개당 10원 정도로 몹시 저렴하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풍자적 어조와 함께 대조를 통해 메시지화제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한 것이죠.

코미디언을 패러디한 다양한 마케팅 [출처: 대홍기획]

이후로도 하인즈, 자크뮈스 등 많은 브랜드가 해당 포맷을 패러디한 광고를 많이 런칭했는데요. 버거킹은 그 중심에서 계속해서 화제성을 챙겨갈 수 있었습니다. 버거킹의 이 같은 하이재킹 마케팅은 재치 신속함이 빛을 발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타의 광고를 패러디한 아이슬란드 관광청

지난 2021년 10월 28일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소개하는 하나의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는데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해당 영상에서 향후 메타가 메타버스 회사로 회사가 발전해 나갈 것임을 공언합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갑작스러운 사명 변경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아이슬란드 관광청은 이 이슈를 하이재킹해 아이슬란드의 홍보 마케팅에 사용했습니다.

"아이슬란드버스를 소개합니다(Introducing the Icelandverse)"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으로부터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2021년 11월 11일에 업로드되었는데요. 제목의 ‘아이슬란드버스(icelandverse)’에서부터 ‘메타버스(metaverse)’를 패러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광고가 시작되자 ‘최고 비전 담당 책임자(Chief Visionary Officer)’라는 직책을 가진 자크 모스버르그슨(Zack mossbergson)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의 이름과 생김새 모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패러디임을 알 수 있죠.

아이슬란드 관광청은 “아이슬란드버스는 ‘-버스’가 들어있는 여타 오픈월드 경험과는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웃기게 생긴 VR 헤드셋도 필요 없습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해당 마케팅 캠페인을 소개했는데요. 오히려 메타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가상 현실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현실감’이라는 가치를 부각한 것입니다.

누구나 이 광고를 보면 진행 방식부터 톤앤매너까지 전반적으로 메타 온라인 발표회와 유사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대신 광고에서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메타와 정반대이죠. 이를 통해 화제성도 챙기면서 관광청으로써 전달해야 하는 ‘현실감 넘치는 관광’이라는 메시지까지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최신 이슈를 마케팅에 담아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의성입니다. 아무리 인기 있는 이슈라도 그 화제성이 영원토록 지속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빠르게 광고를 만들어낸다고 능사인 것도 아닌데요. 대중이 해당 마케팅 캠페인을 보고 어떤 이벤트나 현상을 레퍼런스로 삼은 것인지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본의 '톤앤매너'를 살리고, 원본의 분위기를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 또한 중요하죠.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역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이재킹을 시도한 버거킹과 아이슬란드 관광청의 경우 레퍼런스로 삼은 원본을 풍자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대조되는 메시지'를 부각하고자 했죠.

이렇듯 오늘 <브랜드 한 입>에서는 이슈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와 그 시사점을 살펴봤는데요. '신기한 일반인'이 유명인들만큼 높은 관심을 얻고 있는 요즘, 앞으로 기업들은 어떤 이슈 마케팅을 펼쳐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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