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만 콕콕
- ASML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 매출이 줄어들고 신규 수주액은 시장 기대치보다 한참 낮았는데요.
- 다른 반도체 업체의 주가도 덩달아 미끄러졌습니다.
🥇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덕분에 ‘슈퍼 을’이라고 불리는 ASML. ASML의 장비 없이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어 기업들이 줄을 서는데요. ASML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인데요.
ASML 어닝 쇼크
🚩 1분기 실적 봤더니: 지난 17일(현지 시각),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올해 1분기(1~3월)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52억 9,000만 유로)과 순이익(12억 2,400만 유로)이 전 분기 대비 각각 27%, 41% 줄었죠. 신규 수주액 역시 전 분기 대비 61% 급감한 36억 1천만 유로(약 5조 3천억 원)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인 54억 유로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죠. 이날 ASML의 주가는 약 7% 급락했습니다.
🧐 실적 부진, 대체 왜?: ASML의 주요 고객사는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제조(파운드리) 업체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재고 조정으로 이들 업체가 신규 장비 주문을 미뤘는데요. ASML 실적이 고꾸라진 이유입니다. 특히 지난 분기에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의 수주가 없었던 영향이 컸죠. 실제로 ASML의 주문량은 작년 동기(37억 5천만 유로)보다 감소한 36억 1천만 유로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약 51억 유로)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 중국 없었으면 어쩔 뻔?: 그나마 중국 매출이 실적을 뒷받침해 줬습니다. 1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 판매액 비중은 49%에 달했죠.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이 가속하는 가운데, ASML의 구형 노광장비는 아직 수출 통제를 받지 않는 상황인데요. 이에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가 구입을 서두르면서 주문이 몰렸습니다.
반도체 최악의 날
📉 고객사 주가 뚝: ASML의 실적 부진 소식에 주요 고객사 주가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ASML 장비 수요의 감소는 곧 반도체 수요의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인데요. 17일(현지 시각) TSMC 주가는 전일 대비 0.55% 떨어졌고 ASML의 또 다른 고객사 인텔(-1.60%)도 어김없이 흔들렸죠. 17일 삼성전자 역시 전일 대비 1.37% 하락한 7만 8,9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 반도체 산업 전체가 출렁: 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다른 반도체 업체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17일(현지 시각) 엔비디아(-3.87%), 마이크론 테크놀로지(-4.47%), AMD(-5.78%) 주가가 일제히 흘러내렸는데요.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은 12%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3.25% 폭락했습니다.
🔍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표 반도체 기업 30곳을 묶은 지수입니다. TSMC, 마이크론, 인텔, ASML, AMD 등이 포함돼 있죠. 미국 경기 상황을 3개월 정도 미리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조업 지표가 떨어지기 3개월 전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먼저 떨어지는 식입니다.
🇰🇷 코스피도 와르르: ASML의 실적 부진 전망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실적 발표 전부터 흔들렸습니다. 17일, 코스피는 2,600선이 붕괴한 2584.18에 마감했는데요.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자 국내 반도체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22%)가 약세를 보인 탓이었죠. 같은 날 한미반도체, 제주반도체 역시 각각 2.85%, 2.12% 하락 마감했습니다.
반등 가능성은?
✂️ 과도한 걱정은 금물: 전문가는 이번 ASML의 실적 부진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ASML에 대한 수주는 워낙 불안정하기에, 주문량 감소가 반드시 시장의 약세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건데요. 장기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아주 강력하다고도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같은 각국 정부의 지원금은 매출 상승의 동력이 될 거라고도 밝혔죠.
⭐️ 하반기를 노린다: 피터 베팅크 ASML CEO는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산업이 경기침체의 영향에서 회복 중이라며, 지금은 전환기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보다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일부 대형 고객사의 계획을 미뤄볼 때 올해 더 많은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중국이라는 변수: 다만, 1분기 큰 비중을 차지한 중국 매출의 향방이 변수입니다. ASML은 앞으로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전체 수주 규모의 2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대중 수출 통제 등의 요인으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올해 중국 매출액 최대 15%가 대중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최근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ASML이 이미 중국 반도체 업체에 판매한 장비의 정비·유지 서비스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