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신라젠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었던 유망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18일 상장폐지의 문턱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신라젠은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문제로 2020년 5월부터 한국거래소에 의해 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요.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에 경영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지난달 1월 1심 격인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18일 2심 격인 코스닥 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를 보류하고, 6개월 간의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서 신라젠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죠.
*상장폐지는 기업심사위원회(1심)-1차 시장위원회(2심)-2차 시장위원회(3심)의 3심제로 이뤄집니다.
신라젠, 고난의 역사
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우리나라의 대표 바이오벤처기업으로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을 달성하고,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만큼 각광받던 기업이었습니다.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으로 2014년 ‘펙사벡’이라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개발사를 인수했고, 2016년 기술력을 인정 받아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었죠.
특히 신라젠은 펙사벡의 임상 3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기대되던 2017년에 주가가 최고점을 기록하고, 셀트리온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한국의 바이오 열풍 대표주자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신라젠의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는데요. 2019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운 면역항암물질 펙사벡의 임상 시험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결국 그동안 공들여 온 면역항암제 기술에 대한 의문이 잇따랐죠.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의 감사 결과, 말기 간암 환자 중 사망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효과가 없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여기에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신라젠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도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한국거래소는 신라젠의 상장 적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즉시 주식 거래를 중단시키는 제재를 가했죠.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부실기업 잘 걸러낼 수 있나?
금융위원회는 2014년 코스닥 상장 기준을 대폭 수정하며 ‘기술특례’를 입증하는 기업들에게 코스닥 입성을 허용했는데요. 매출이나 이익 같은 재무 지표 등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기술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인 신라젠과 함께 2,000억원 이상의 횡령 사건이 터지며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게된 오스템임플란트 모두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래소의 부실기업 검증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작년 말 한국거래소는 업체의 기술력을 철저하게 평가하기 위해 기술특례상장 심사의 절차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소액주주들의 주식보유량이 많아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데요.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발행 주식의 55%를 보유하고 있고, 신라젠에 투자한 17만명의 소액주주는 전체의 92%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횡령 이슈로 주식 거래가 정지 되면 소액주주들의 돈은 묶일 수밖에 없기에, 부실기업을 걸러내기 위한 상장심사가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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