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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1980년대 이후 정기적으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을 발표하는데요. 13일 바이든 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이 공개됐습니다. 보고서는 1) 중국, 러시아 등과의 대결 2) 기후변화, 에너지 부족과 인플레이션을 미국에 대한 전략적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 투자, 투자, 투자!
이번 NSS는 각종 산업에 대한 미국 내 투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보고서는 "경쟁자를 능가하고 공통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적인 국내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라면서 대표적인 이행 방안으로 '반도체와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언급했습니다.
- 반도체와과학법: 반도체 생산 라인에 세액 공제 혜택을 주고, 반도체 기술 연구자금을 지원하는 등, 2022~2031년 반도체 산업 분야에 약 260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법안인데요. 한국, 대만에 뒤처진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죠.
-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현재진행형인 물가 상승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인데요. 법인세 최소세율을 높이는 등 세금을 올려 수입을 늘리고, 이를 통해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내용이죠. 쉽게 말해 정부 지출을 줄이고 수입은 늘리는 법입니다.
미국 정부는 이런 투자 법안을 통해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강화할 심산으로 보입니다. 보고서는 일자리 확대와 인프라 투자 등 경제적 발전이 안보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죠.
🇨🇳 가장 큰 적, 중국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또 하나의 핵심 목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NSS에선 투자·경쟁·제휴이라는 기존의 3대 대중 전략이 재확인됐죠.
- 중국과의 경쟁: 보고서는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형성할 수 있는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 능력과 함께 그럴 의도도 가진 유일한 경쟁자(only competitor)"라고 칭하며 중국을 능가하겠다는 미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 중국과의 제휴: 그러면서도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 중 하나이고, 기후위기 대처에서 맡은 역할도 중대하다 지적했는데요. 양국이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평화적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죠.
😈 분명한 적, 러시아와 북한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이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의 확실한 적임을 강조했는데요. 다만, 두 국가를 중국보다 위험하게 여기진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 러시아, 두 번째 위협: NSS에서 러시아는 71차례나 언급됩니다. “국제 질서를 조롱하며 국제 사회에 즉각적인 위협을 야기하고 있다”, “핵 위협 등으로 민주주의를 약화하고 있다” 등 확실한 적대감을 보였습니다.
- 그래도 러시아<<중국…: 하지만, “중국과 같은 능력은 결여하고 있다”는 표현에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평가를 엿볼 수 있는데요. 작년 12월 보고서 초안 작성 당시보다는 러시아군의 위험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 북한, 확실한 독재국가!: 보고서는 북한이 “불법적인 핵무기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이란과 함께 불안정을 야기하는 ‘독재국가’로 꼽았는데요. 지속적인 외교는 추구하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 진전을 이루는 한편,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확장 억제력(extended deterrence)’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죠.
- 북한, 이제는 관심 밖?: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은 단 3차례 언급됐는데요. 트럼프 정부 당시의 안보 전략 보고서에서는 17차례 언급됐었죠. 당장 러시아와의 언급 회수 차이만 봐도, 북한에 대한 미 정부의 관심이 과거보단 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다른 국가들과는?
커지고 있는 동맹의 중요성 또한 언급됩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조약 동맹국들인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에 대한 동맹을 현대화해나갈 것”이라고 적었죠.
-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 등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계속 동맹을 현대화하겠다"라고 언급했습니다.
- 유럽이랑도 더 가깝게!: 유럽과의 동맹 또한 더욱 단단히 다지겠다는 의지도 담겼는데요.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을 천명했죠.
- 어라, 우리나라 언급은 1번?: 한국이 직접적으로 명시된 것은 1차례밖에 없는데요.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동맹을 언급하면서입니다. 그래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키워드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라는 설명이 있는 만큼, 한국과의 관계 유지 및 강화 역시 눈 밖에 난 것은 아니죠.
❓ NSS,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해?
이번 NSS는 바이든 정부의 전반적인 대내•외 정책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데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향후 정책이 한국에, 그리고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볼 수 있죠.
- 우리 산업, 위험해!: 반도체•전기차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많은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거나 중국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요. 만일 미국이 중국을 산업 공급망 등에서 강력히 배제할 시 우리 기업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죠.
- 우리 안보, 긴장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미국의 핵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확장 억제가 언급된 만큼,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감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실히 밝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 글로벌 시장, 전쟁터가 된다: NSS는 군사 외에도 산업이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 정부의 개입, 더 강해진다?: 앞서 살펴봤듯 법안을 통한 투자가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언급됐는데요. 점점 더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 발전만이 아닌, 국가안보 강화 차원이라는 명분으로 말이죠.
정치•지리적 분쟁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초강대국 미국의 국가 정책은 범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 NSS의 내용이 주목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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