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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30달러 돌파
무섭게 치솟던 국제유가가 지난 6일 13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39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달러까지 폭등했는데요. 올해 초 배럴당 80달러 선이었던 두바이유도 지난달 말부터 90달러 중반대로 서서히 오르더니, 지난 2일 110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이렇게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캐나다를 제외하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공식적으로 중단한 국가는 없는데요. 다만,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제재를 가한다면 국제유가가 더욱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심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역대 최고치였던 147달러를 훌쩍 넘어 150~18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죠.
국제유가 폭등하는 이유는?
석유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라는 점이 유가 폭등의 일차적인 이유입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위축되었던 석유 수요는 예상보다 빠른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탔는데요. 그러나 중동 산유국 모임인 OPEC+가 '역대급 감산'에 나서고, 강력해진 '탈탄소' 흐름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화석 연료 개발이 더뎌지면서 석유 공급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가 급등의 강력한 촉매 역할을 했는데요. 러시아는 석유 생산량에서는 세계 3위, 원유 수출량으로는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강력한 플레이어입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엑손모빌,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을 비롯한 각국의 정유업체들이 러시아산 에너지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죠.
그동안 미국은 물가 상승을 우려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망설여왔지만, 지난 6일에는 유럽 동맹국과 함께 원유 수입 금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법안’까지 추진되며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가 폭등에 국내 산업 휘청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은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인데요. 국제 유가 폭등으로 인해 정유산업과 조선업계는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겠으나, 결국 대부분의 산업에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유산업의 경우 재고 평가이익*으로 단기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정유기업은 일반적으로 4개월분 이상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유가가 상승하면 회계 장부상의 실적이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정제마진이 감소하고,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데요. 결국 정유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재고 평가이익: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에 대한 가치가 변동함에 따라 산출되는 이익을 뜻합니다. 석유의 경우 원유의 구입 시점과 제품의 판매 시점의 차이를 통해 수익이 발생하죠.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을 계기로 해양 플랜트* 수주 증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는 지상에서 석유를 채굴하는 것보다 비용이 커 저유가 국면에서는 손해이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에 이를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되는데요. 현재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에 이르기에, 메이저 정유업계의 해양 플랜트 발주가 예상되죠. 그러나 유가 상승과 함께 해양 플랜트 원자재인 철광석의 가격도 크게 올라 장기적으로는 제조 비용 상승 등의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양 플랜트: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 가스와 같은 해양 자원들을 발굴하고 시추하는 데 활용되는 플랫폼을 뜻합니다.
항공, 해운, 석유화학 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는데요.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는 전체 영업 비용의 20~30%가량을 연료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치명적입니다. 또, 석유화학 업계는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되는 데다가 석유화학 제조원가의 약 70% 차지하기 때문인데요. 항공, 해운, 석유화학 업계 모두 고유가에 수익성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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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I
국제 유가 폭등으로 국내 산업계에 빨간 불이 들어왔는데요. 이에 항공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각각 유류할증료를 인상하고, 나프타 대신 값싼 원료를 투입하며 유가 폭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